한국에서 학교건축물은 변화하는 시대를 수용하지 못하고 과거의 이념에 따른 건축물형태가 변함없이 사용되어온 대표적인 건물유형 중 하나이다. 운동장은 관리자 중심의 긴 학교건물에 둘러싸여 있고, 이 길다란 건축물안에는 긴 편복도를 따라 교실들이 일렬로 나열되며 학생들은 그 안에서 한방향만 보도록 배치되며 차곡차곡 획일적으로 관리되듯 담겨왔다. 하지만, 근래에 급격히 줄어든 학생수 덕분에 기존의 학교 건축물들에도 잉여공간들이 조금씩 쌓여왔고, 이는 학교건축물에도 시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꿈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꿈을 펼친 책장”은 그 중에서도 기존 학교건축물의 중앙홀을 유휴공간으로 보고 접근한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적용의 대상이된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중흥초등학교는 약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로 본관의 진입부에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흔치않게 1, 2층을 수직적으로 관통하는 중앙홀을 가지고 있다. 중앙홀은 학교 동선의 중심이자 학교에 들어오고 나갈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내부의 얼굴과 같은 곳이지만, 이런 공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동을 위한 통과장소로서의 역할로 기능이 국한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중앙홀은 등하교 시간 등 특정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이동이 별로 없어 학교의 거대한 유휴공간으로 존재하고 있고, 이에 접한 공간들 또한 동선주변부라는 한계로 제대로 된 쓰임없이 버려진 공간처름 쓰이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 중앙홀의 새로운 쓰임을 찾고자 하는 것이 학교의 바램이었고, 그 일환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이곳에 열린 도서실과 북카페와 같은 기능을 담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중앙홀은 규모는 크지만 보이드로 인해 위아래로 공간이 개방되어 있고 동선의 흐름으로 공간구획이 쉽지 않아 추가적인 기능을 적용하기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사방으로 열리고 흐르기만 하는 이 공간에 어떻게 책을 읽는 공간을 담으며 공존하게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꿈을 펼친 책장”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로서 기존 건축물이 가진 구조체와 공간구성, 그리고 사용에 따른 기능적 필요조건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도서실과 휴식-놀이공간)과 기존 프로그램(중앙홀의 이동동선)을 함께 담아 낼 수 있는 건축디자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동선과 그 주변부의 버려진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던 중앙홀을 이동의 중심지로 활용하면서도 도서-휴식-놀이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제시하기 위해, 어린이와 어른의 스케일을 반영한 단위 책장을 기본 시작점으로 하여 이 책장이 기존 건축물의 구조체 사이로 펼쳐지며 잉여공간을 책장을 중심으로한 쓰임새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주변부의 버려진 틈새공간과 벽을 책장이 감싸고 구획을 지으며 동선과 공존하며 머물 수 있는 영역을 만들었다. 이 책장에는 어린이 스케일의 작은 구멍들이 있어 휴식 및 독서공간으로 활용 하게 되고, 다른 높이의 추가적인 구멍을 통해 작품전시도 병행된다. 책장이 구조체 사이를 꺽이고 펼쳐지며 둘러싸서 만들어낸 공간을 통해서, 중앙홀이 더 이상 유휴공간이 아닌 이동과 휴식-도서-놀이가 한데 어울어지며 흐름과 머뭄이 발생하는 작은 방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도록 제안하였다.
“꿈을 펼친 책장”을 통해서, 중흥초등학교의 중앙홀은 지나치기만 했던 넓은 빈공간에서, 일상에서 학생들이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어울려 머물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책과 휴식을 함께 경험하는 일상의 전시공간이 되면서 학교구성윈들의 다양한 삶을 담는 공간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