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미래, 관계의 회복
그 동안 우리는 기술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왔다. 기술을 통한 성취는 우리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제공하였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인간의 편리함 만을 위한 물리적 환경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밀어내면서 삶의 터전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서서히 다가오는 다양한 전 지구적인 문제들은 과연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기술을 통한 혁신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지금의 모습(과거의 미래)이 과연 우리가 나아갈 미래로서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지난 한세기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우리의 삶과 자연 간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해왔다. 과거, 건물을 만들고 거주 공간을 구성할 때면 우리는 늘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살폈고, 자연과의 관계설정과 공존 속에서 쾌적한 삶을 담아내는 건축을 만들어왔다. 자연과의 관계는 우리의 삶의 터전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항상 중요한 요소였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아주 먼 과거부터 자연은 건축을 구성하는 중요한 영감을 주는 역할에서부터, 건축공간의 중요한 요소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게 건축과 함께 공존해왔다. 하지만, 근대이후의 급속한 기술의 발전을 통한 성취와 편리함은 우리가 자연을 더이상 고려하지 않아도 쾌적한 삶을 누리게 해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살아왔고, 여전히 자연 속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자연을 배재하며 이루어온 도시화와 건축화 과정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연과 건축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공존하는 관계가 되기위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도시화 및 건축의 구축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자연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식물로 대변되는 자연은 더 이상 건축 혹은 도시행위를 하고 남겨진 자리를 매꾸는 조연이 아니다. 건축의 중요한 주인공 중 하나로 도시화의 중요한 주인공 중 하나로 식물의 귀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연과의 대립이 아닌 공존 속에서, 미래의 건축은 철-콘크리트-벽돌 뿐아니라 식물 또한 중요한 건축의 구축을 위한 요소로 바라볼 것이다. 이 관계의 변화 위에서 우리의 건축과 도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 새로운 건축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