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활동을 품는 생태계
새로운 장소로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선생님들과의 대화와 관찰을 통해 학교의 도서관이 책을 넘어서서 고등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와 활동을 품을 수 있는 곳이라야 함을 발견하였다. 거대한 규모에 비해 막상 학생들이 머물고 쉴 만한 공간이 부재한 교정에서 도서관은 책을 품는 공간 이상이라야 했다. 공용공간은 복도밖에 없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입시에 지친 학생들이 잠시라도 마음 편하게 명상을 하며 머무는 공간이자 방과후에 자신만의 장소가 부족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쉬었다 가는 사랑방으로 역할을 하는 공공공간이 필요했다. 획일화된 학교 건물의 딱딱한 공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도서관은 도시 속의 공원이 그러하듯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숨 쉴 수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의 중심이 되길 바라는 기원이 이 도서관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숲도서관, 발견하고 찾아서 쓰는 공간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기존의 도서관이 있던 자리의 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들어올 도서관은 “숲도서관”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지워졌다. 크고 작은 다양한 생태계와 활동을 품고서 열린 구성을 가지는 숲처럼, 숲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서서 학생들의 다양한 일상의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 되었다. 기존의 도서관에서는 책장과 좌석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를 직교의 질서 속에서 지시하고 있었다면, “숲도서관”은 직교의 질서를 깨며 다양하게 흩뿌려진 공간사이에서 학생들이 자신들만의 자리를 찾아가고 발견하며 사용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마치 숲에서 우리가 공간의 쓰임을 발견하듯, 책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자리를 찾고 발견하며 사용하게 된다. 일상에서 늘 접하고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변화와 일상의 발견을 통한 새로움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작동하기를 의도하였다.
허물어진 벽과 자연을 통한 경계흐리기
기존 도서관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은 불필요한 벽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기존 도서관은 넓은 운동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정문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학생들의 동선과 함께나란히 이어지는 좋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하나 밖에 없는 입구와 폐쇠적인 개구부로 인하여 주변과 단절되어 있었다. 기존 도서관의 내부 또한 벽으로 나눠지며 특정용도에 맞추어 구획되다보니 활용도가 낮은 불필요한 공간들로 분절되며 불합리한 공간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기둥사이의 외벽과 내부를 구획하던 벽들이 비내력 조적벽임을 확인하고 보다 열린구성을 위해 과감히 모든 벽을 철거하였다. 철거된 외벽이 있던 자리에는 햇살가득한 투명한 유리개구부와 야외 테라스가 조경과 함께 들어서며 자연을 통해서 도서관의 경게를 형성하였다. 내부공간은 벽들이 철거되며 다양한 기능적 활용을 위해 넓게 개방된 공간 속에서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동선과 프로그램이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가변적이고 열린 평면으로 구성했다.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식물과 어우러지며 지형을 형성하고 새로운 내부 풍경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