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이면도로
서울에서 흔히 보이는 주도로변 뒷면의 이면도로는 쾌적하게 걷기 쉽지않은 물리적 환경이 지배한다. 많은 경우 보차구분이 없는 길로서 황량한 주차필로티와 차량진입부, 그리고 소통없는 벽들이 도로를 면하고, 이따금씩 그 틈새로 사람을 위한 출입구가 있는 것이 이들 지역의 보편적인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길과 건물 그리고 도로변의 사람들간에 소통이 없다. 언제부턴가 무소통이 기본이 된 이곳에 새로 들어선 건물들도 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보다는 건물로 들어간 후의 경험과 실내환경에 초점을 맞추며 계획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울은 뛰어난 대중교통을 갖추고 휴먼스케일로 걸어다닐 수 있는 근접거리에 다양한 시설들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길을 차지하는 이면도로에서는 소통이 없고 걷기 힘든 길들이 산재해있다.
11테라스, 오피스건물의 작은 시도
11테라스는 이런 전형적인 이면도로의 여건을 가진 삼성동의 경사진 땅에 위치한 오피스건물이다.해당 프로젝트가 들어선 부지 주변에는 오피스건물과 빌라, 나홀로 아파트가 위치하며, 앞서 언급한 전형적인 이면도로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길과 무관하게 서있고, 지상부는 차를 위한 공간이거나 도로변과 소통없는 기둥과 벽들로 이루어져있다. 11테라스는 민간소유의 임대용 오피스건물로서 태생적으로 획일화된 용도로 용적율을 최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기획되었다. 그럼에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과 공공영역을 대하는 접근법에 대한 고민을 담아 무표정한 이면도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공적인 대안을 담고자 시도한 프로젝트이다.
요철, 길과의 소통
11테라스는 수직적 그리고 수평적으로 들어가고 나옴을 형성하며 길과 만나도록 계획하였다. 건물의 입면은 면이 아닌 볼륨으로 인식되고, 지하에서 옥상까지 각층별로 “테라스”를 품으며, 도로를 향한 입면의 들어가고 나옴을 통해서 수직적 요철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길과 건물 간의 소통, 그리고 길과 건물 사용자 간의 소통을 중개하는 완충지대를 담는 공간으로서 입체적인 입면을 제시한다. 개인의 건물이지만 동시에 공공의 풍경이자 공공과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 각층의 근무자들에게 이곳은 그들만의 휴식과 공공을 나누는 공간이 된다. 연면적에서 발코니를 완화해주는 법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각층에 “테라스”를 확보하면서도 건축물의 건폐율과 용적율은 최대한으로 확보(용적율 250%, 건폐율 60%)하면서 찾아낸 건축적 대안이다.
이 요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층의 도로변에서는 길을 따라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서 보행자와건물의 관계를 맺어준다. 건물과 도로의 경계면에서, 보행자와 장애인을 위한 진입부와 화단 및 벤치공간의 조합을 통한 요철은 이면도로변 건물의 1층경관을 형성한다. 11테라스 앞을 지날 때 보행자가 계단, 경사로, 진입부, 다양한 크기의 화단들의 조합 속에서 경사에 따른 눈높이의 변화와 각 요소들의 들어가고 나옴의 변함에 따라 시시각각 건물과 상호 교감 속에 보행하는 경험을 하도록 의도하였다.
접촉, 일상의 식물과 재료
11테라스에 적용한 요철공간은 휴식의 공간이자 동시에 그 주변의 틈을 활용한 식재공간을 확보한다. 식재공간은 지하에서부터 지상, 그리고 각층을 아우르며 옥상에 까지 이어지며 모든 층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상부는 도로변에 요철을 형성하며 적용된 화단과 대지경계면을 둘러싼 조경을 통해서 공공의 일상에서 식물을 접하게 하고, 지하의 선큰과 외부계단 벽면의 입면녹화는 이를 보다 강화하며 일상의 보행환경에서 식물과 접하는 경험을 늘려준다. 각층 오피스의 쉼터인 “테라스”공간은 작은 화단과 함께 층별로 다르게 마감되며 개별화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일상의 동선과 식물과의 접촉은 옥상으로 이어지며 다시 한번 넓은 하늘아래에서 휴식과 식물이 함께 하는 일상을 제공한다. 11테라스의 식재공간은 법적조경에 더하여 건물의 남는 틈새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적용하였다. 비록 개별적인 면적은 작지만 집합적으로 일상의 업무 및 보행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식물과 접할 수 있는 빈도가 늘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11테라스에는 크게 3가지의 재료가 적용되었다. 그 첫번째는 식물이고, 나머지 두개는 하부에 적용된 콘크리트 벽돌과 상부에 적용된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이다. 외피에 적용된 두개의 재료는 입체적인 요철의 입면과 함께 다소 육중할 수 있는 6층 규모의 건물을 휴먼스케일로 분절해준다. 건물 하부의 벽돌은 도로변에서 사람과 접촉하며 눈높이에서 휴먼스케일로 건물을 나누며 경관을 형성하고, 상부의 알루미늄패널은 하늘을 반사하여 시간대에 따른 하늘의 변화하는 색상을 담아내고, 건물 상부를 하늘에 녹여넣으며 좁은 도로에서 건물의 존재감을 줄여준다.
일상의 경험과 가치
11테라스가 놓인 곳과 유사한 이면도로를 일상의 환경으로 사용하는 직장인들이나 거주자들은 체험을 통해 잘 알것이다. 이들에게는 휴식을 위한 작은공원 혹은 마음편히 거니는 산책로에 대한 일상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다. 우리 일상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간의 가치가 그만큼 좋아져야한다. 이들 지역에 새로 들어서는 업무용 건물들은 활용하기 힘든 기존 길의 여건으로 인해, 길과 주변과의 소통보다는 건물자체의 가치, 그리고 건물 내부에서 체험하는 공간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상의 업무시설이 길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어떻게 공공의 풍경과 공공의 체험에 기여하면서도 개인의 건축물로서 가치를 유지하는지 그 대안에 대한 작은 가능성의 시작을 11테라스를 통해서 제안해본다.